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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을 ‘사회 가치 경영’으로 부르자

  • 등록일: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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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을 ‘사회 가치 경영’으로 부르자

강민정 / 한림대학교 사회혁신경영전공 교수

‘ESG’가 화두다. 이에스지(ESG)가 뭐지? 최근 ‘SG워너비’를 본뜬 ‘MSG워너비’ 가 있다던데 이에스지는 후속 그룹 이름인가? 에스지워너비는 2천년대 중반 많은 인기를 끌었던 남성 3인조 가수 그룹의 이름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의 음악 세계를 잇고 싶다는 뜻이라고 들었다. 한때 에스지워너비의 노래를 즐겨 들었던 필자이기에 그 뜻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뜻을 아는지라 그들의 음악을 더 좋아했다. 이에스지도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꽤 알려진 개념이기에 엠에스지(MSG)나 에스지워너비와 헷갈릴 일은 없으나, 시민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염려되어 주위에 물어보았다. 잘 몰랐고 관심도 없다고 한다. 물론, 전문 분야에 대해 모든 사람이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에스지는 다르다. 

 

‘ESG’는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평가 기준(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criteria)의 약자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들을 기업의 성과 평가에 적용하는 기준을 뜻한다. 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평가 기준을 고려한 경영이라는 용어를 ‘ESG 경영’이라고 부른다. 어떤 기업이 ‘ESG 경영’을 하겠다는 말은,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평가 기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경영활동의 주요 의사 결정이 전문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벌 기업이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를 왜곡하는 행태는 ‘ESG’ 중 기업지배구조를 뜻하는 ‘G’의 기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투명하고 전문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오늘날 많은 기업이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전문적이고 투명한 의사 결정 체계를 갖추었다면 ‘G’ 영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이에스지 경영은 새로운 용어 같지만, 그간 기업과 사회의 관계를 나타내어 온 용어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기업 활동과 이해관계자의 관계에 사회적·환경적인 고려 사항들을 통합해 나가는 자발적인 시도를 뜻한다. 공장 폐수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막고 미세 먼지 배출을 최소화하는 활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은, 기업이 사회적·환경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 성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학 교실에서는 물론 기업의 전략경영, 사회공헌 담당자들 사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업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개념으로 ‘공유가치창출(CSV)’이 관심을 받아 왔다. 세계적 기업인 제네럴 일렉트릭스(GE)가 ‘친환경 상상(Ecomagination)’을 통해 환경과 의료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 확충 및 신제품 출시로 사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사례가 그것이다. 

 

기존의 ‘CSR’, ‘CSV’가 경영학 연구자들이나 경영인들 사이에서 다뤄지던 상황과는 달리, ‘ESG 경영’은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꽤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그 덕에 일반 시민들에게도 훨씬 많이 노출되고 있다. ‘ESG 경영’이 이렇게 다른 대접을 받게 된 것은 기업이 맞닥뜨리는 긴장감의 측면에서, 그리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 측면에서 기존의 ‘CSR, CSV’와는 다른 차원으로 기업과 사회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에스지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제기된 개념이다. 기존에는 투자자가 재무적 성과만을 중시하였다면, 이제는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성과들을 고려하여 투자하겠다는 흐름이 생겨났다. 그리고 ‘CSR, CSV’ 접근에서는 이에스지 요소들이 성찰과 전략의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경영활동에서 고려하지 않으면 투자도 못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에서 짚을 것이, 시민들은 넓은 의미의 투자자이자 이해관계자로서 이에스지 경영의 당사자이다. 시민들은 국민연금의 가입자이자 수혜자로서 이에스지 경영 관점에서 연기금 투자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또한 시민들은 기업 경영의 이해관계자로서, 기업은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시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존재이다. 그런 관점에서 시민사회는 직접적인 투자자 관점을 넘어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이에스지 경영을 판단하고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에스지 경영’이라는 용어는 시민들에게 충분히 와닿는가? 시민들은 이에스지 경영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하고, 이에스지 경영을 이루고 있는 기준들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그냥 ‘이에스지 경영’이라고 부르면 대다수는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로 느낄 것이다. 혹시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아직도 시민들을 그런 존재로 두고 싶은 것은 아닐까? 그런 의심도 드는 순간이다. 일상에서 쓰이는 언어는 그 자체로 영향력을 강화한다. 이대로 이에스지 경영을 계속 쓸 경우, 이에스지 경영의 주요한 당사자인 시민은 자신이 당사자인줄도 모른 채, ‘그들이 사는 세상’의 이야기로 여기고 외면할 것이 자명하다.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평가 기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경영’. 길기는 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러한 뜻을 잘 나타내는 짧으면서도 영향력 있는 용어로 나는 ‘사회 가치 경영’을 제안한다.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를 번역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에 수동적인 의미로서 ‘책임’을 요구했다면, 이제 이에스지 경영의 흐름 속에서 기업은 인류가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관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곤란하다.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어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투자도 많이 받고 시민들의 신뢰와 사랑도 받게 된다. 

 

기업 경영의 새로운 흐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이에스지 경영에 대해 시민들이 알게끔 하자. 시민은 기업 경영의 이해관계자로서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평가기준’에서 볼 때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는 칭찬을,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비판을 가함으로써 기업들이 올바른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ship)’으로서 지속가능한 기업과 사회를 만들어갈 것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도 시민도 지금 그 기회를 맞았다. 이를 위해 먼저 ‘ESG 경영’이라는 아리송한 말이 아니라 쉬운 말로 하자. ‘사회가치경영’이 그것이다. 

 

강민정 

현재 한림대학교 사회혁신경영전공 교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사회적기업가MBA 연구부교수, SK텔레콤 경영전략실 부장 역임

저서: 《탈일자리 시대와 청년의 일》 (박영사, 202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