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공문서 쓰기

대한민국의 공문서는 한글로 적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괄호 속에 한자나 외국 글자를 적어줄 수 있다. 이를 규정한 국어기본법의 제14조 1항과 법 시행령 11조는 다음과 같다.

국어기본법

제14조(공문서등의 작성·평가) ① 공공기관등은 공문서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11조(공문서의 작성과 한글 사용) 법 제14조제1항 단서에 따라 공공기관의 공문서를 작성할 때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는 경우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2.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 또는 신조어(新造語)를 사용하는 경우”

이렇게 정의된 공문서 한글 전용 규정은 다음과 같이 이해해야 한다.

첫째, 괄호 속에 적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문서에서 한자나 외국 글자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한글로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FTA를 체결하기 전에”, “韓美 공조 체제를 구축”과 같이 쓰면 한글 전용 위반이다.

FTA를 체결하기 전에 ~

韓美 공조 체제를 구축 ~

← 한글 전용 위반!

둘째, 한자나 외국 글자를 괄호 속에 병기하는 경우에도 원칙 없이 남발하여 문서 읽기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에 시행령에서는 1)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2) 어렵거나 낯선 전문용어와 신조어를 사용할 때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병기하지 않아도 국민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한미 공조 체제’를 굳이 ‘한미(韓美) 공조 체제’라고 병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친절 수준을 넘어 남용에 해당한다.

한미(韓美) 공조 체제

← 불필요한 한자, 없어도 이해 어려움 없어

셋째, 외국어를 음차하여 한글로 적는다면 한글 전용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보다는 바꿔 쓸 마땅한 우리말을 찾아 사용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FTA, 에프티에이(FTA)’라고 할 게 아니라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하면 충분하며, 인터넷 검색 등을 위해 원어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자유무역협정(FTA)’라고 병기할 수도 있으나, 이는 한 문서에서 한 번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FTA (X)

에프티에이(FTA)

자유무역협정 (O)

넷째, 우리말로 번역하여 바꿀 수 있는 이름은 우리말로 바꾸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음차하여 한글로 적는 것이 국어기본법을 지키는 길이다.
다음은 우리말로 바꾸어 쓴 경우다.

WHO

세계보건기구

WTO

세계무역기구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또는 경협기구

UNICEF

국제아동기금

ILO

국제노동기구

IMF

국제통화기금

우리말로 이름을 붙여 부르기 어렵거나 너무 길거나 이미 굳어 버린 기구 등은 음차하여 한글로 적는 게 마땅하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다.

UNESCO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UN

유엔(국제연합)

기관 이름이 아니라 상표화한 약어 상호를 공문서에 그대로 적는 것은 특히나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LH’의 법인명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이고, ‘KORAIL’은 ‘한국철도공사’, ‘K-WATER’는 ‘한국수자원공사’, ‘KBS’는 ‘한국방송공사’이므로 등기한 법인명을 사용하거나 적절한 줄임말을 써야 한다.

다섯째 경우는, 국내 기업은 법인명을 한글로 등록하게 한 ‘상호 및 외국인의 성명 등의 등기에 관한 예규’(2007년 시행)에 따라 한글로 등록해야 하므로, 이에 맞춰 등록한 이름 표기를 써야 한다. 꼭 필요하다면 괄호 속에 병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케이티(KT), 에스케이티(SKT), 엘지(LG) 등이다. 외국 회사에 대해서도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을 한글로 적고 있으므로 이런 원칙을 기준으로 삼는 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특히 은행들이 많이 사용하는 KB, NH, KEB 등의 상호 약어는 법인명도 아니고 마케팅용 기호일 뿐이므로 공문서에서 이를 그대로 사용할 이유가 없다.

국한문 혼용을 주장하는 분들이 2012년에 국어기본법의 공문서 한글 전용 규정을 상대로 위헌 심판을 청구하였으나, 2016년 11월 24일에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부 전원의 의견으로 이를 기각하였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은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여 공적 영역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확보하고 효율적·경제적으로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들은 공문서를 통하여 공적 생활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권리 의무와 관련된 사항을 알게 되므로 우리 국민 대부분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한글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