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을 지켜야 할 책무는 누구에게 있을까?
국어기본법 제3조 5항에서 공문서를 작성하는 주체에 관해 언급하였다시피, 이 법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 등이 지켜야 할 책무를 앞세워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각 조직에 국어책임관을 두고 공문서 등의 작성 원칙을 지키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의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모든 공무원과 직원은 국어기본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언어 사용과 공문서 작성에서 이 법의 규정을 잘 따라야 한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국어 발전을 위한 기본 계획과 시행 계획을 세우고 국회에 보고할 의무, 국가가 운영해야 할 기구(국어심의회, 국어문화원, 세종학당재단) 등에 관하여 규정하였다.
이를 총괄하여 제4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4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지역어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상ㆍ신체상의 장애로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이 불편 없이 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최소한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국어 사용 환경이 좋아진다면 수천만 국민의 평균적인 국어 능력이 높아질 테고, 국민 가운데에서 매우 뛰어난 소설가, 시인, 수필가, 변론가, 언론인, 출판인 등이 나와 국어문화를 발전시킬 것이다. 국어기본법에는 국민의 국어 생활에 간섭하거나 국민의 의사 표현을 좌우하는 어떠한 규정도 없다. 오로지 국민의 국어능력을 높이고 국어문화를 꽃피우는 데에 바탕을 마련하고 거름을 주는 정책과 제도, 국가의 책무를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책무 외에 민간의 활동에 관하여 단 한 가지 언급이 있다. ‘국어문화의 확산’을 규정한 제15조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홍보와 교육을 의무로 지운 뒤에 “②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등의 대중매체는 국민의 올바른 국어 사용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공성이 강한 대중매체에 한하여 올바른 국어문화 확산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은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선언적인 의미, 요청의 성격이 강할 뿐 어떤 구체적인 시행 규정이나 규제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한편 국어문화의 확산에 관해 대중매체의 임무를 선언적으로 요청한 것에 비해 국어 정보화의 촉진을 규정한 제16조 3항에서는 “③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2조제3호에 따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국민이 국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민간기업의 책임을 규정한다. 기반 시설을 다루는 곳들이므로 그 공공성 수준이 매우 높은 곳인지라 그리 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