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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이강은 기자 세계일보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이강은 평소 기사를 쓸 때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사실 관계가 맞는지, 뜻이 적절하고 어렵지 않은 단어를 쓴 건지, 띄어쓰기는 이상 없는지, 글이 매끄럽고 쉽게 읽히는지 따지면서 쓰기 때문이다. 이런 버릇이 든 데는 25년 전 수습기자 시절 가르침을 받았던 사회부장의 한마디가 컸다. ‘중학교 2학년이 신문을 봐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써야 한다’는 말이었다. 어떤 독자든 어려움 없이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쓰라는 조언이었다. 그리하려고 항상 온라인 국어사전과 검색창 도움을 받아가며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진행하는 ‘매체와 함께하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에 참여한 지난해부터 기사 작성 시간이 더 길어졌다. 이 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언론 등 공공(성) 기관이 사용하는 ‘공공언어’를 쉬운 우리말로 쓰도록 하자는 게 취지다. 공공 정보를 파악하는 게 어려워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물 같은 우리말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력을 지니도록 찾아 쓰자’는 의미를 담아 ‘우리말 화수분’(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 연재를 하면서 기사 작성에 더욱 신중해졌다. 그동안 독자 누구나 무슨 내용인지, 기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등 기사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써왔다고 생각했는데도 부족한 점을 적잖이 느꼈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거라 자연스레 썼던 외국어도 가급적 쉬운 우리말 표현을 찾아 대체하고 있다. 외국어를 적당한 우리말 표현으로 바꿔주는 ‘쉬운 우리말 사전’이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불필요한 외래어와 청소년이나 젊은 세대에게 낯선 한자어 사용도 지양하고 있다. 지금 맡고 있는 공연 예술 분야의 경우 연극·클래식·국악·발레·뮤지컬·무용 등 장르별로 애호가들만 아는 용어가 많은데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고 예술 쪽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풀어서 소개하는 편이다. 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밀려드는 외국어와 국적 불명의 신조어, 줄임말 등에 치이고 있다. 특히 국민 누구나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할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그늘도 짙다. 예컨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내년 광복 8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재일동포 문화예술인 주제 근현대사콜로키움을 개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최근 냈다. 콜로키움 대신 토론회나 대담이라고 하면 될 걸 아는 사람만 아는 콜로키움이란 외국어를 썼다. 다른 공공기관의 정책 홍보·행사 관련 보도자료나 안내문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협력이나 협업을 ‘컬래버레이션(컬래버, 콜라보)’으로, 사회자나 진행자를 ‘모더레이터’라고 하는 식이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정책 홍보를 어려운 말로 하면 정책 인지도와 호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생명과 안전, 권리 보호 등에 관한 중요한 사안은 누구나 바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공공언어를 전달하는 각종 언론매체가 자료에 있는 불친절한 표현을 그대로 옮기거나, 소수만 아는 외국어나 전문용어를 언급하면서 그 뜻이 무엇인지 소개하지 않은 기사를 내는 것도 문제다. 심지어 기자가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쓴 건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아리송한 기사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공공언어를 기록하고 알리는 책무를 부여받은 기자와 매체라면 최소화해야 할 문제들이다. 그런 면에서 언론은 물론 공공기관 안팎에 미치는 효과가 적지 않았으나 예산이 삭감돼 폐지된 ‘매체와 함께하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을 복원했으면 한다. “공공언어를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꿔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공적 가치를 높일 경우 연간 3375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현대경제연구원)는 연구 결과도 있잖은가. 공공언어를 중심으로 우리말을 쉽고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2005년 시행된 국어기본법과 국어 정책 등 틀 자체는 괜찮은 것 같다. 다만, 그런 제도와 정책이 공공기관 등 사회 전반에 제대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여건이 미흡한 실정이다. 문체부 지정 사단법인으로 지역민의 올바른 국어문화 생활을 돕고, 지자체와 주민들이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교육·상담·연구·정책과제 시행 등 활동을 하는 국어문화원만 해도 그렇다. 전국 광역시·도에 20여군데 있는 국어문화원 한 곳당 연간 운영 예산이 2000만∼2500만원에 불과하다. 석·박사급 상근 연구원 한 명의 인건비도 감당할 수 없어서 외부 에서 맡긴 연구 사업을 많이 따내야 하는 등 운영 예산 확보 압박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세대별 문해력 차이에 따른 소통 단절도 심각해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쓰는 말을 노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사흘’이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제대로 모르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세대 갈등이 심상찮은데 언어 소통까지 삐걱거려 ‘불통 사회’가 될까 걱정이다. 국어의 지위가 더이상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하고 쉬운 우리말과 글 쓰기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이강은 세계일보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이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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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한글로 쓰기, 소통과 배려의 시작 김태경(한양대학교 한국어문화원 원장/ 한양대학교(ERICA) 교수) 지난해 한 카페에서 미숫가루를 ‘M.S.G.R’로 표시해 논란이 된 일이 있다. 해당 카페는 미숫가루뿐 아니라 여의도 커피를 ‘Yeouido Coffee’, 앙버터를 ‘Ang Butter’로 표시하는 등 메뉴판 전체를 로마자로 써 놓은 상태였다. 한글 설명 없이 로마자로만 표시한 메뉴판에 대해 불편함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처럼 메뉴판에 로마자만 적어 놓는 세태에 대해 “영어로 써놓고는 진짜 외국인이 와서 영어로 주문하면 못 알아듣는다.”라며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고, 이에 “(영어 메뉴판을 쓰는 것이) 허세만 가득해 보인다.”, “영어로 쓰면 있어 보이냐” 등 공감하는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이러한 로마자 표기 남용은 메뉴판에 국한하지 않는다. 아파트 이름, 상점 간판, 제품 이름(화장품명이 대표적이다.), 유명 호텔과 대기업 누리집의 항목들 대부분이 영어로 표시되어 있다. 영어를 읽지 못하면 호텔 예약이나 제품에 대한 문의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일상생활 영역에서 로마자 표기가 남용되고 있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영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을 사실상 배제하고 차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55~64세는 90.3%, 65~79세는 48.8%만이 영어 학습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저학력자와 저소득자일수록 영어 학습 경험이 적었다. 다시 말해, 한글 병기 없이 로마자로만 간판이나 제품명을 적음으로써 알게 모르게 이들을 정보로부터 소외시키고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한양대학교 한국어문화원에서는 2023년 ‘경기도 국어문화진흥사업’을 수행하면서, 경기도 문화종무과와 협업하여 수원시와 안산시의 4개 구를 대상으로 옥외 광고물 언어 실태 조사를 진행하였다. 경기도 내 옥외 광고물(벽면 이용 간판, 돌출 간판, 공연 간판, 옥상 간판, 지주 이용 간판 등) 2,042개 간판에 사용된 문자를 조사한 결과, 한글 간판은 전체의 1/4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외국 글자 중에서는 로마자가 단연 가장 많았으며, 그 중 로마자 약어도 20%가 넘었다.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Have it store’, 'D.MMELIER', 설명까지 영어로 적힌 ’2DOLLARS COFFEE - JUNBO SIZE 2SHOT', 아예 간판 전체가 영어로 표시된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 다음은 그 예들이다. 이에 더해 ‘컷트’(바른 표기는 ‘커트’), ‘밧데리’(바른 표기는 ‘배터리’) 등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하기는 했으나,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게 쓴 간판도 부지기수이다. 이처럼 곳곳에 외국 글자와 잘못 쓴 외래어 간판이 즐비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간판 등 옥외 광고물의 문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시해야 하지만 면적 5㎡ 미만이거나 건물 3층 이하에 표시된 간판은 한글 표기가 없어도 과태료와 같은 제재를 받지 않는다. 경기도는 이에 지난 3월 조례 개정을 통해 간판 등 옥외 광고물 언어 실태 조사를 주기적으로 하고 개선 노력을 하도록 명시함으로써 상위법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경기도는 올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중에 조사 범위를 확대하거나 시범적으로 간판 교체를 지원하는 등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 간판 등 옥외 광고물 표기를 개선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므로, 단기간 내에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적절한 법적 조치와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언어 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법적 조치는 단순히 제재의 차원을 넘어 교육과 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부터 나서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한글의 아름다움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전개함으로써 국민들의 참여와 의식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자랑스러워하고 한글 사용을 당연하고 품격 있는 일로 여기게 된다면, 우리의 언어 환경은 저절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인천일보 20203. 10. 6. 1면 기사 갈무리 화면) 김태경 한양대학교 한국어문화원 원장 / 한양대학교(ERICA)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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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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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용어 개선, 언어 환경 개선의 밑거름 최동주(영남대학교 국어문화원장)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언어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용’ 또는 그 결과이므로, 언어의 변화는 언어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언어 사용’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언어 사용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어휘의 측면에 국한하여 생각해 보자. 이전에 적절한 표현이 없었기 때문에, 혹은 이전에 있었더라도, 새로운 표현이 좀 더 적절하거나 고급스럽게 여겨진다고 기대하기 때문에 낱말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어떤 낱말은 그 낱말이 가리키는 대상이 주변에서 사라지면서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낱말이 대신하면서 화자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적절한 표현의 유무’, ‘표현이 어떻게 여겨지는가’ 등은 곧 언어 사용의 환경이므로, 언어 사용의 변화는 언어 사용 환경에 적응해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의 언어 사용 환경은 어떠한가? 최근 ‘우리말약칭제안모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몇몇 국제기구를 제외한 기구들의 로마자 약칭(ILO, FOMC, WMO, ICAO, BIE...)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지도가 평균 12%에 불과했으며, 로마자 약칭 대신 우리말 약칭을 사용하기를 원한다는 응답자가 71.2%에 달했다. 이는 낯설거나 어려운 용어가 소통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정부나 지자체의 누리집 어느 곳이든 잠깐만 살펴봐도 외국어를 쉽게 찾을 수 있음은 이를 확인시켜 준다. 일상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힐스테이트(HILLSTATE)’, ‘○○캐슬(CASTLE)’, ‘더샵(THE SHARP)’, ‘위브(We've)’, ‘○○스타힐스(STARHILLS)’, ‘○○포레나(FORENA)’, ‘아이파크(IPARK)’, ‘SK뷰(SK VIEW)’, ‘자이(Xi)’, ‘더 플래티넘(The Platinum)’, ‘굿모닝힐(Goodmorning Hill)’... 최근 우리나라 아파트의 고급 상표명들이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은 왜일까? 혹시 외국어나 어려운 용어로 표현하는 것이 좀 더 품격이 있어 보이고, 고상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일부의 화자들에게 그러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한 인식이 우리의 언어 사용 환경을 지배하게 된다면, 우리말의 변화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너무나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날은 지난 시절에 비해 언어 소통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시급하다고 하겠다. 영남대학교 국어문화원에서는 2022년 ‘정부 공공기관 대상 어려운 전문용어 개선 사업’을 수행하면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협업하여 정보 통신 기술 영역의 어려운 용어를 개선하였다. 아직 대체어가 제안되지 않은 용어들이 대부분이나, 국립국어원의 [다듬은 말]이나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의 [쉬운 우리말 사전]에 대체어가 이미 제시되어 있는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 다음은 그 예들이다. ‘옵트아웃/옵트인’은 대체어가 제시되지 않은 용어로서, 영어의 뜻을 알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해커톤’은 [다듬은 말]에서 ‘끝장 마라톤 찾기, 끝장 마라톤 토론, 끝장 마라톤 대회’로 제시되었으며, [쉬운 우리말 사전]에서는 ‘끝장 토론’으로 제시되었다. 이미 대체어가 제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제안한 것은 정보 통신 기술 분야에서 사용하는 뜻과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체어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안된 대체어가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는데, 위의 ‘해커톤’([다듬은 말]의 풀이: 마라톤을 하듯 긴 시간 동안 결과물, 결과물 시제품을 완성하는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당연한 지적으로, 대체어를 마련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용어가 그 말이 뜻하는 바를 항상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팔굽혀펴기’는 ‘엎드려뻗친 자세에서 짚은 팔을 굽혔다 폈다 하는 운동’을 뜻하나, 그 용어에는 ‘자세’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나타나 있지 않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커톤’이라는 말도 ‘hack(ing)+marathon’을 줄인 것이나, 어느 쪽도 그것이 뜻하는 바를 직접 드러내고 있지 않다. 대체어가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잘 드러내도록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나, 한계가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려운 전문용어’ 다듬기와 관련하여, 몇 개의 용어를 바꾼다고 해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용어를 다 바꾸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언어 변화는 언어 사용 환경에 적응해 가는 것이다. 쉬운 우리말 사용을 반갑고 정겹게 여기고, 품격있게 여기는 인식을 확산함으로써 언어 사용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언어 사용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끎으로써 최대의 효과를 얻는 길일 수 있다. 어려운 용어에 대해 대체어를 제안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사례 나누기’와 같은 자리를 활용하여 널리 홍보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바로 여기에 그 이유가 있다. 영남대학교 국어문화원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협업하여 마련한 대체어들을, 널리 사용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아래에 제시한다. 최동주 영남대학교 국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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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최동주
- 등록일 :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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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약칭제안모임, OECD 대신 ‘경협기구’로 WHO는 ‘보건기구’, WTO는 ‘무역기구’ 이경우 (서울신문 기자) 지난 6월 16일 우리말약칭제안모임(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어문기자협회,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두 번째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의 안건은 ‘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보건기구, 세계무역기구의 우리말 약칭을 어떻게 만들어 제안할 것인가’였다. 현재 정부 보도자료와 언론에서는 이 국제기구들의 약칭을 각각 ‘OECD’, ‘WHO’, ‘WTO’로 쓰고 있다. 우리말 약칭을 만들지 않고 각 기구가 쓰는 로마자 약칭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신문에서 OECD는 1960년 5월 22일자 경향신문에 처음 보이기 시작했으니 60년이 넘었다. 하나의 규범처럼 돼 버렸다. 쓰는 방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를 예로 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을 했다. OECD는 …를 할 것으로 보인다. OECD가 이런 결정은 한 것은…” 같은 형태다. 쉽다고 할 수 없는 ‘OECD’가 계속 이어진다. 제목에서도 짧다는 이유로 ‘OECD’를 흔하게 사용한다. 신문들은 나름 친절한 방식이라고 한다. 처음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라고 쓴다는 게 이유다. 덧붙여 여덟 글자인 ‘경제협력개발기구’보다 네 글자가 적은 ‘OECD’는 경제적이라고까지 한다. 쉽지 않아서 경제적이지 않다는 의견에는 ‘OECD’ 정도면 상식으로 알아 둬야 할 용어라고 답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로마자로 된 약칭에는 생소하거나 본래의 번역어들과 바로 연결되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국제민간항공기구의 약칭으로 쓰이는 ‘ICAO’를 아는 독자와 시청자, 국민이 얼마나 될까. ‘WHO’는 눈으로 볼 때만 세 글자이고 읽을 때는 ‘더블유에이치오’로 일곱 글자나 된다.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의 머리글자를 딴 ‘OECD’가 상식이고 경제적이라는 건 공급자, 전달자의 시각이다. 수용자 쪽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를 줄인 말이 더 쉽고 경제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건 물어보나 마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우리말 약칭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논의가 모아졌다. 먼저 ‘기구’를 줄일 수 있을까? 국제 단체와 조직들은 대부분 ‘기구’라는 이름으로 번역돼 쓰인다. ‘기구’를 줄이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를 수 있다는 데 의견이 같았다. ’기구’는 살리기로 했다. ‘기구’를 더 줄여 ‘기’로 하는 건 오해할 수도 있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개발’은 빼도 무리가 없다고 봤다. ‘경제협력’을 줄인 ‘경협‘은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을 만큼 널리 쓰이고 있었다. 자연스레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약칭은 ‘경협기구’로 정해졌다. 세 글자인 ‘경협기’도 논의해 보았으나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컸다. 다음은 세계보건기구(원어 World Health Organization). 방송에서는 줄이지 않고 그대로 세계보건기구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가 발음하기도 편하고 알아듣기도 쉽기 때문이다. ‘보건’은 중심에 있는 낱말이어서 그대로 두는 게 나았다. ‘세계’는 빼도 무리가 없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나라에 같은 이름의 조직이나 단체가 없어서 혼동될 우려도 없었다. 이견 없이 ‘세계보건기구’의 약칭은 ‘보건기구’가 됐다. 세계무역기구(원어 World Trade Organization)의 약칭은 세계보건기구의 방식을 따라 ‘세계’만 빼고 ‘무역기구’로 결정됐다. 약칭제안모임은 내친김에 쉽게 정할 수 있는 국제기구들도 살펴보았다. 그래서 국제노동기구는 ‘노동기구’, 국제해사기구는 ‘해사기구’, 국제표준화기구는 ‘표준화기구’, 국제민간항공기구는 ‘민항기구’, 세계지식재산권기구는 ‘지재권기구’, 국제수로기구는 ‘수로기구’, 세계관세기구는 ‘관세기구’, 세계관광기구는 ‘관광기구’, 세계기상기구는 ‘기상기구’,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기구’, 국제박람회기구는 ‘박람회기구’, 국제에너지기구는 ‘에너지기구’로 정하고 정부와 언론에 제안하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을 했다. OECD는 …를 할 것으로 보인다. OECD가 이런 결정은 한 것은…”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경협기구)는 …을 했다. 경협기구는 …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경협기구가 이런 결정은 한 것은…”이 더 쉽고 전달력도 높아 보인다. 이런 방식을 따르면 정부의 보도자료들은 국어기본법을 어기지 않게 된다. 언론은 쉬운 언어를 써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하게 된다. 이후에 우리말약칭제안모임에서 우리말 약칭에 관한 국민 수용도 조사를 하였다. 조사는 전문 여론조사 기관 티앤오(TNO)코리아에서 맡았다. 이번 조사는 7월 7일부터 7월 13일간 진행했으며, 조사 대상은 전국 각지의 남·여 응답자 1,0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조사 결과, 국민 71.2%는 우리말 약칭을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해당 표는 수용도가 높은 순으로 정렬하였는데(왼쪽에서 오른쪽), 세계무역기구(WTO)를 무역기구로 줄여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79.9%).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경협기구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를 지재권기구로 줄여 사용하자는 목소리는 비교적 저조했다(약 60%). 이는 주요 단어의 머리글자만으로 약칭을 지은 영향이라 분석된다. 앞으로 우리말약칭제안모임은 앞으로 유엔(UN) 관련 조직,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국제 조직, 새로 설립되는 국제 조직의 우리말 약칭을 만들어 보급하려 한다. 이경우 서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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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이경우
- 등록일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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