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

대한민국은 단일 언어 사회이다 보니 어디서나 우리말을 쓴다. 우리말 말고 다른 말을 쓰네 어쩌네 하는 논란 자체가 일어날 수 없다. 누구나 우리말을 사용하므로 정부나 언론, 학교에서도 당연히 우리말을 쓸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남북 대치와 권위주의 정치 탓에 금지되었던 외국 여행이 1989년부터 자유롭게 열리고, 1994년부터 정부의 세계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외국인과 교류가 잦아졌다. 결혼과 취업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민도 2019년 현재 220만 명이 넘었다. 게다가 인터넷의 발전은 지구를 하나의 문화권으로 만들어 간다. 외국어의 유입과 사용은 이제 특별하지도 않은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개인이야 영어를 쓰든 러시아어나 아랍어를 쓰든 아무 상관이 없지만, 그런 개인들이 공공의 장에서 국가 및 기타 공동체와 공식적인 일로 소통할 때 아무 언어나 사용했다간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바벨탑 이야기처럼 언어가 달라지면 소통이 힘들어 엉망이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공적인 공간과 영역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정해두는데, 이를 공용어(公用語, official language, 공식어)라고 부른다.

국민 구성원에 여러 인종과 민족이 섞여서 여러 가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그중에서 많은 수가 사용하는 복수의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는 영어와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를 공용어로 삼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최소한 공문서를 여러 개의 공용어 판으로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도 공용어가 있을까? 국어기본법 제3조 1항에서는 “1. ‘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국어기본법의 법적 대상물이 ‘한국어’이고, 대한민국에서는 한국어가 공용어임을 밝힌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르자면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대한민국의 공적인 공간과 영역, 공문서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낱말과 문장 수준에서 모두 적용되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