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공문서 쓰기

공문서는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문장으로 써야 한다.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문장이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말다운 문장을 뜻한다.
영어와 중국어의 어순은 ‘주어 + 서술어 + 목적어’인 데 비해 우리말은 대체로 ‘주어 + 목적어 + 서술어’순이다.

영어
중국어

주어

서술어

목적어

한국어

주어

목적어

서술어

영어와 중국어는 어순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지만 우리말은 서술어가 맨 끝에 온다는 점 말고는 비교적 어순이 자유로운 편이며 주어도 자주 생략한다. 특히, 문장 맨 끝에 자리를 잡는 서술어가 문장의 주인공 노릇을 하는 우리말의 특징을 고려하여 써야 우리말다운 문장을 쓸 수 있다. 우리말다운 문장을 쓰는 데에 여러 가지 원칙이나 요령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원칙 네 가지만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서술어와 잘 맞아떨어지게 써야 한다.

우리말 문장에서 끝에 두는 서술어에는 문장의 시제, 행동의 주체, 이어지는 문장과의 관계, 종결의 목표, 독자와의 관계 등이 모두 담겨 있다. 이는 서술어에 붙는 다양한 어미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 서술어와 짝을 이루는 주어나 목적어의 상태를 결정짓는 것은 조사인데, 적절한 조사를 붙여 서술어로 다가가게 해야 하지만 이 호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둘의 호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위험이 크다. 따라서 글이 좀 꼬인 듯하면 주어와 목적어와 서술어만 떼어 내 읽으면서 호응 관계를 살피는 게 좋다.

2) 짧고 명료한 문장으로 써야 한다.

문장이 길어지면 글 쓰는 처지에서는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을 이뤄내기 어렵고 읽는 사람은 문장에 담긴 내용이 너무 많아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대표적으로, 관계대명사를 이용하여 길고 복잡하게 꼬아 만든 영어 번역 투 문장은 이해하기 어렵고 자칫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웬만하면 문장은 100자(2줄) 이내로 쓰는 게 좋고, 한 문장에는 하나의 화제만 담는 게 좋다. 문서를 다 쓴 뒤에 다시 읽으면서 긴 문장을 발견하면 밝히려는 뜻에 따라 문장을 2~3개로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

3) 개조식 문장을 피하고 조사와 어미를 제대로 붙여야 한다.

조사와 어미를 빼고 주요 용어만 나열하는 개조식 문장은 회의나 발상을 기록할 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공문서 문장 형식으로는 매우 좋지 않다. 조사와 서술 어미가 생략되면 행동의 주체와 대상이 누구이며 꾸밈말이 어디까지 걸치는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문장을 압축하려고 하다 보면 계속 한자어를 나열하게 되어 문장이 몹시 딱딱하고 어려워진다. 문장을 하나의 건물로 친다면 조사와 어미는 벽돌을 붙여주는 시멘트와 같다. 벽돌만 쌓으면 가벼운 바람에도 무너진다. 우리말의 특징은 조사와 어미 사용에서 잘 드러나므로 지나친 생략은 위험하다.

4) 꾸미는 말의 대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은 최대한 가까이 두어서 꾸밈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이 법 시행일 이전에 주택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기 위하여 일간신문에 조합원 모집 공고를 하여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라는 법조문에서 ‘이 법 시행일 이전에’라는 시점에서 벌어질 수 있는 행동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 법 시행일 이전에 ‘모집 공고를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법 시행일 이전에 ‘조합원을 모집한 것’이다. 이런 혼선을 없애기 위해서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 말을 되도록 가까이 두어야 한다. 즉, “주택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기 위하여 일간신문에 조합원 모집 공고를 이 법 시행일 이전에 하여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 또는 “주택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기 위하여 일간신문에 조합원 모집 공고를 하여 조합원 모집을 이 법 시행일 이전에 한 경우”와 같이 적어주는 게 혼란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