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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와 무장애 여행, 용어 접근성부터

  • 등록일: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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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와 무장애 여행, 용어 접근성부터

전윤선((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억눌렸던 여행 심리가 활화산처럼 분출되고 있다. 관광약자의 여행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등 관광약자는 다양한 접근권이 확보되어야 여행하는 데 불편함을 덜 느끼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 접근권의 가장 핵심은 물리적 접근성이다. 이동 접근성, 건물 접근성 등 물리적 접근성은 여행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물리적 접근성의 첫 번째 요소는 이동이다. 여행의 기본은 이동이기 때문이다. 정보 접근성도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여행에 대한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관광약자에게 맞게 가공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응대(서비스) 접근성도 그렇다. 여행은 소비 행위이기 때문에 소비자로서 정당한 응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여기에 용어 접근성이 추가되어야 한다.

무장애 여행과 관련된 용어에 외국어가 많다 보니 장애인, 고령자에게 낯설고 입에 붙지 않아 언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무장애 여행 정신에 배치되는 용어는 지양하고 우리 언어와 한글로 바꿔 사용해도 충분하다. 

사진▲ 무장애 시설물

배리어프리 투어리즘(BF Tourism, Barrier-free Tourism)

장애인과 고령자 등 물리적 접근에 제약받는 사람들을 위해 물리적,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야 한다. 배리어프리 투어리즘은 일반적으로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앤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공공 시설물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BF 인증)’를 시행하고 있다. 여행에도 배리어프리 투어리즘이 접목돼 사용되면서 범주가 확장되고 있다. 배리어프리는 물리적 접근이 불가했던 건축물에 경사로를 놓아 보행약자도 안전하게 건물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확장성을 말한다. 이는 여행지에도 그대로 적용돼 무장애 여행, 접근 가능한 여행(Accessible Tourism)으로 확장된다. 따라서 배리어프리 투어리즘을 우리말로 바꾼다면 ‘장벽 없는 여행’ 또는 ‘장벽 없는 관광’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훨씬 매끄럽고 언어 접근성이 높아진다.


유니버설 투어리즘(Universal Tourism)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혹은 ‘보편적 디자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연령, 성별, 국적, 장애 유무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로 바꾸어 말하자면, 범용 디자인인 셈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가 있는 이용자를 위해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배리어프리 디자인(Barrier-free design)과 구분된다. 그러나 유니버설 디자인은 배리어프리 디자인의 개념을 포함하여 더욱더 많은 이용자 계층을 고려하는 것으로, 더 넓은 범위를 가진 이용자 중심의 디자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건물의 물리적 접근성을 위해 기본구상, 기본기획, 기본설계, 시공(현장), 유지관리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려하여 건물을 설계한다. 휠체어 진입 가능성은 차별 없는 접근성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조건이다. 엘리베이터도 있어야 하고 입구에는 턱이 없어야 한다. 장애인 화장실과 성 중립성, 즉 다목적 화장실이 있어서 성 지향성,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가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

유니버설은 여행 상품에도 적용된다. 모든 사람은 관광을 통한 체험을 영위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어떠한 장애물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동성, 시각, 청각, 인지적인 측면의 장애로 인해 관광상품, 서비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독립적이고 평등하게 관광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범용으로 디자인된 관광상품,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유니버설 여행의 가치고 핵심이다. 위와 같이 장애인 등 관광약자에게 장벽 없는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에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이라 말할 수 있다.


인크루시브 투어리즘(Inclusive Tourism)

인크루시브 투어리즘도 위에서 설명한 두 용어와 맥락을 같이한다. 모두를 위한 관광에 ‘포용’이란 핵심어를 더하면 포용 관광이 된다. 포용 관광은 그동안 관광에 소외됐던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포용한다는 뜻이다. “모두를 위한 관광”은 장애, 연령, 성별, 인종, 국적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조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며, 안전하게 여가 문화를 즐기도록 하는 일련의 서비스와 시설들을 말한다. 예를 들면, 물리적 환경의 개선, 교통수단 제공, 정보 및 의사소통 응대(서비스)가 있다. 장애인·고령자·임산부·영유아를 포함하는 모든 사람이 어떤 유형의 관광 활동이라도 자유롭고, 편안하고,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관광(물리적 환경, 정보제공, 인적 지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는 무장애 관광(Barrier-free Tourism), 접근 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 유니버설 관광(Universal Tourism), 포용 관광(Inclusive Tourism) 등의 용어를 혼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무장애 관광’, ‘장애인 관광’을 주로 사용하여 보편적인 개념인 ‘모두를 위한 관광’으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다.


트레블 헬퍼(Travel Helper)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등 관광약자에게는 여행 도우미가 필요한 사람이 많다. 관광약자는 이동과 시설 이용 및 정보 접근 등의 제약으로 관광활동이 어려운 사람을 뜻한다. 더 나아가 관광의 제약을 받은 모두가 관광약자이기도 하다. 관광약자는 다양한 요인과 상황에 따라 정의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요인으로는 동행인이 없거나 관광 비용이 부담되는 경우가 있다. 의료·종교적인 요인도 포함된다. 식이 조절이 필요하거나 음식 선택의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의사소통의 요인으로는 인지 제한 혹은 청각ߵ발달 장애가 있거나 우리나라 말과 글을 모르는 외국인도 포함한다. 이동의 제한 요인은 보행 보조 기기를 사용하며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를 말하고, 관광약자와 동행할 때도 포함된다. 장애인 등 신체적, 정신적 약자는 타인의 도움이 있어야 여행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장애 여행 도우미는 무장애 여행의 필수 조건이다.

세계관광기구(WTO)는 신체་사회ߵ문화 조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며 안전하고 공정하게 관광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상품,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관광이라는 의미를 담아 ‘모두를 위한 관광’을 정의했다. 모두를 위한 관광은 관광약자만을 위한 관광은 아니다. 그러나 관광약자를 고려해 기반을 마련한다면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그러려면 관광약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 무장애 관광 문화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은 사실이나, 국내에 정착하는 단계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외국어를 이제는 우리말과 우리글로 바꿔 써야 한다. 무장애 여행은 보편적이고 평등하며 공정해야 한다. 공정한 여행의 기본은 정당한 편의 제공에서 비롯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어 접근성부터 살펴야 한다.

사진▲ 모두를 위한 여행
저자

전윤선

  •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 무장애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