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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를 ‘연공위’로 바꿔 쓰자

  • 등록일: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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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를 ‘연공위’로 바꿔 쓰자

우리말약칭제안모임

요즘 언론의 경제 기사를 독해하려면 상당한 경제 지식과 시사 상식이 필요하다. 워낙 어려운 전문용어가 많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방송의 경우 ‘청취력’도 필요하다. 낯선 영어 약어가 들리면 받아쓰기라도 하지 않는 한 인터넷 검색으로 뜻을 찾아볼 수도 없다.

“미국의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에프오엠시 정례회의가 시작됐습니다....(중략)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뒤 어떤 신호를 줄지(중략)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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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합뉴스 TV> 보도다. ‘에프오엠시’라니. 뭔가의 약자일 듯한데 우리말 이름도, 별도의 설명도 없다. 경제와 시사 상식에 밝지 않으면 ‘에’라는 발음으로 시작하는 사람 이름쯤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일부 언론에서 “알아서 이해하겠지”라 전제하고 인용하는 ‘에프오엠시’는 바로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FOMC)’의 약자다. 우리말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준(연방준비제도)을 구성하는 조직으로, 통화량의 추이에 따라 공개시장 조작 정책을 정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융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라는 우리말 표기는 1935년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국내에 도입된 이래 큰 변화 없이 우리말 표현으로 정착했다. 드물게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라고 불리기도 하나, ‘조작’이라는 표현의 부정적 어감 때문에 한국은행 권고로 대부분 빼고 표기한다.

이렇듯 버젓한 우리말 이름이 있는데도 굳이 영어 약자에 의존하는 것은 표현의 ‘단축성’ 때문일 터이다. 신문에서 이 용어를 다룰 때는 최초 언급 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고 병기하고, 반복할 때는 우리말 표현을 버린 채 ‘FOMC’라고만 쓴다. 글자 수에 더욱 제한받는 기사 제목에는 아홉 글자나 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라는 이름을 적어주는 건 불가능하다. 거의 모든 신문 기사 제목에서 ‘미FOMC’라고만 표기한다. 본문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이 ‘암호 같은 약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방송 보도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 “미 에프오엠시는....”이라며 시작하는 경우도 잦다.

물론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공개시장 조작을 시행하지만, FOMC는 미국의 연준에만 존재하는 고유 기관이므로, 우리 국민들이 굳이 영어 약자를 알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말 온 말의 글자 수가 너무 길어 축약할 필요가 있다면 우리말로 줄여서 표기하면 된다. 그리고 실제 몇몇 언론사가 이 같은 시도를 했다. <한겨레>와 <비즈니스 포인트>가 맨 뒤 두 글자를 생략해 ‘연방공개시장위’로 표기한 바 있고, <노컷뉴스>에서는 ‘공개시장위원회(공시위)’라는 약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줄임말을 만드는 데 꼭 지켜야 할 원칙은 없겠으나, 대개 세 자 이하로 줄이는 게 쓰기 편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세 자로 줄인다면 앞뒤 글자를 잘라내고 ‘공개시’ ‘시장위’로 축약하는 방법과 중요한 단어의 두음을 조합하는 방법, 즉 ‘연공시’ ‘공시위’ ‘연공위’ ‘연시위’ 등으로 축약이 가능하다. 언론인과 국어관계자로 꾸려진 우리말약칭제안모임은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약칭 다듬기에 나섰다.

먼저 ‘위원회’라는 역할 주체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위’자를 약칭에 포함시키는 데는 합의가 되었다. 그러나 ‘연방’ ‘공개’ ‘시장’ 중 어느 단어의 머리글자 두 개를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렸다.

 먼저, ‘시장’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연시위’ ‘공시위’를 채택하자는 견해가 나왔다. 하지만, 우려가 제기되었다. ‘○시위’라는 표현은 다른 의미 즉 ‘시위, demonstration’를 연상시키기 쉽다는 것. 또한 ‘시장’이라는 개념을 반영하면 좋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경우 조직의 가장 큰 목표는 ‘차별 철폐’이지만 줄여 부르는 이름에는 이 단어가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가 전장연이라는 조직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또한 연준 관련 기관을 우리말로 다듬는 데 통일성을 살리기 위해 ‘연방’의 첫글자 ‘연’ 자를 넣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논의의 결과 다듬어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우리말 약칭은 ‘연공위’이다. 처음엔 낯설겠지만 영문 약자 ‘FOMC’보다 의미를 이해하는 데 용이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보도 앞쪽에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언급하고 그 뒤에 ‘미 연공위’로 줄여 부른다면 그 뒤의 문장이나 다른 보도에서 ‘미 연공위’라고만 불러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떠올릴 가능성은 ‘미 FOMC’보다 월등하게 높고, 의미 접근에도 유리하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티앤오코리아에 의뢰하여 성인 1천 명을 상대로 인식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FOMC’를 알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9.1%였고, ’FOMC’ 대신 ‘연공위’로 줄임말을 바꾸자는 제안에는 전체의 58.5%가 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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