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2023 공모전 당선작] 북돋음상 - 소상공인의 정보 접근 장벽을 높이는 외국어 사용

  • 등록자: 유현강
  • 등록일: 2023.10.31
  • 조회수: 107

소상공인의 정보 접근 장벽을 높이는 외국어 사용

유현강(북돋음상)

  

 나는 자영업자로 도심 번화가에 있는 아늑한 1인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애정을 가득 담아 운영한 덕분에 항상 고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손님들 중에는 멀리서도 이곳을 찾는 단골 손님도 많았다. 하지만 2019년 말,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찾아왔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발생이었다. 처음에는 금방 지나갈 소나기처럼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운영을 해왔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강화되면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도심의 번화가도 예전과 같은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말이면 예약으로 가득 찬 숍 내부도 이제는 조용해졌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외출을 꺼렸고, 그중에서도 네일 산업은 고객과 직접적으로 접촉을 하는 업종이라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큰 타격이었다. 


  기존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기 위한 여러 시도를 했지만, 코로나19의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게를 열어도 평소처럼 통화예약의 벨소리가 울려야 할 시간이 지나도 조용했다. 기존에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손님들의 예약 전화로 분주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날이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월세, 공과금 같은 고정 비용은 변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용들은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런 어려운 시기에, 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힘들게 지내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지원이 있고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뉴스, 인터넷, 잡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최신 정보와 전문가의 조언을 찾아봤다. 티브이(TV) 뉴스에서는 특히 정부의 최신 지원 정책, 그리고 소상공인들이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덕분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다시 준비하고 앞으로의 희망을 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중요한 정보들이 숲처럼 빽빽한 외국어와 전문 용어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다. ‘모라토리엄’, ‘디퍼럴’, ‘리스케줄링’ 등의 복잡한 금융 용어부터 ‘플랫폼’, ‘캐시백’, ‘모빌리티’와 같은 최근 유행하는 정보 기술 용어들까지, 나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단어들이었다. 뉴스나 기사를 보면서 이런 용어들을 하나하나 검색하고 이해하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중요한 정보의 흐름을 놓치게 되었다. 이런 외국어와 전문 용어들의 남용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큰 장벽이 되었다. 물론 전문가나 해당 분야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용어일 수 있지만, 나와 같은 소상공인이나 일반 대중들은 머릿속에서 직관적으로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나의 소중한 가게의 존폐의 기로에서 생각했다.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전달할 때, 왜 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그 내용을 담지 않을까? 소비자나 소상공인,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뉴스나 기사의 본래 목적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전문 용어의 사용이 필요한 상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용어가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거나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 정보의 전달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잣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정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19의 그림자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소상공인들은 그 영향을 더욱 깊게 느끼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그동안 쌓아온 노력과 꿈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며 가슴 아픈 순간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지속해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여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지원책을 전달하는 뉴스나 정부의 발표 자료에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가 넘쳐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뉴스와 정부 발표는 친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작성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외국어로 인한 불편함 없이 필요한 정보와 지원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