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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감사관들, ‘경기도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특정감사

  • 등록일: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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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감사관들, ‘경기도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특정감사

김명진 / 한글문화연대 부대표

한글문화연대 등 민간에서 추천한 시민 감사관 8명과 경기도청 직원 8명으로 이루어진 경기도 공문서 합동감사반이 경기도청과 산하 기관에서 작성한 공문서 3만 3천여 건의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실태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였다. 정부 지자체에서는 처음 있는 감사 활동이었다. 


감사 결과 46.3%의 공문서에서 외국어 단어와 낯선 한자어, 일본어 투 용어, 권위적 표현 등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내 또는 알림이라고 하면 될 것을 통보, 송부 등으로 쓴 한자어가 53.1%로 가장 많았고, 설명서, 안내서, 지침서 등 충분히 우리말로 쓸 수 있는데 ‘매뉴얼’이라는 외국어로 쓴 경우가 23.5%를 차지했다. 도를 굳이 道라고 쓰고, 先, e-mail, AI 등 불필요하게 한자나 로마자를 쓴 경우는 16.7%였다. 


시민감사관으로 참여했던 나는 관공서 최초의 공공언어 사용 실태 감사이자 시민과 함께 벌인 감사라는 점에서 이번 특정감사의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 그럼에도 문제는 많다. 신속한 개선, 직원 교육 강화, 조사 범위 확대 등의 후속 작업이 시급하다. 


2021년 4월 중순, 경기도청 감사관실에서는 공문서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국민에게 어려움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국어기본법의 취지에 따라 정부 지자체 최초로 공공언어 사용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를 기획하였다. 이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함께 감사를 진행하고자 한글문화연대 등 민간 국어단체에 협조를 요청하였다. 한글문화연대에서는 국어문화원 부원장인 나를 비롯해 4명의 회원, 경기도 소재 한양대 한국어문화원에서 백경미(책임연구원)를 포함한 4명을 추천하였다. 경기도청에서는 4월 30일에 이들 8명을 시민감사관으로 위촉하였다. 


경기도청 감사실의 의도가 좋아서 이 일에 발을 들이긴 했지만, 계획을 들어보니 너무 무지막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서량이 많아서 감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읽어가며 서너 달에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 이에 나는 10년 동안 한글문화연대에서 해왔던 공공언어 실태조사 경험에 바탕을 두어 감사 자료 집계 방안을 설계하고 감사 대상 용어 선정을 주도하였다. 


5월부터 8월까지 대국민 공개문서와 언론보도 자료 등 총 33,422건에서 감사 대상 용어를 사용한 곳을 1차로 추출한 후 시민감사관이 2차 확인하는 방식으로 예비 감사를 진행했다. 4개 조로 나뉜 시민감사관이 문장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감사 대상으로 삼을지 논의하며 기준을 확정해 나갔다. 


감사 결과, 쉬운 말로 바꾸어 써야 할 문서는 총 15,467건(46.3%)이었고, 어려운 용어를 52,265회 사용했다. 가장 많이 지적된 용어 종류는 어려운 한자어(53.1%)였고 그 뒤로 외국어(23.4%), 로마자와 한자 표기(16.7%)가 지적되었으며 이는 전체의 93.3%를 차지했다. 


〈 공공언어 순화대상 문서 및 용어 사용 건수 〉

내가 보기엔 안전과 주거 등 도민의 생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분야에서 어려운 말을 많이 쓰고 있어서 행정의 효율 면에서나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면에서나 문제가 큰 것 같았다. 2021년 17개 광역지자체에서 낸 보도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서도 9월까지 경기도는 외국어 남용 면에서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매우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2015년에 국어바르게쓰기 조례를 제정하였음에도 이런 정도 성적이라면 더 분발할 일이다. 특히, 경기도의 정책명, 행사명, 기관명에서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정책명 등에서 쓴 어려운 말은 다른 공무원이 쓰고 싶지 않아도 서로 물고 물리며 어쩔 수 없이 쓰게 하는 물귀신처럼 작용한다.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일이다.


중앙정부 기관이든 17개 광역자치단체든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에 대해 스스로 감사 형식의 조사를 벌인 일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게다가 민간의 시민과 국어 전문가들을 시민감사관으로 위촉하여 합동 감사를 벌인 일은 국어기본법의 취지를 매우 정확하게 이해한 기획이다. 다른 관공서와 공공기관에서 본으로 삼을 만한 일이다. 



※ 경기도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시민감사관(8명)